제주는 위치부터 정하는 게 맞습니다
제주 숙소를 고를 때 흔히 시설부터 비교하는데, 아기랑 가면 순서를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제주는 생각보다 넓어서 공항에서 성산까지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립니다. 어른끼리라면 드라이브 삼아 가는 거리지만, 카시트에 한 시간씩 앉아 있는 걸 버티는 아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을 먼저 두세 군데 정하고, 그 근처에서 숙소를 찾는 순서를 권합니다. 저희가 확인한 제주 숙소 17곳은 크게 다섯 권역으로 나뉩니다. 공항과 가까운 제주시 외도, 서쪽 애월·한림, 동쪽 조천·성산, 남쪽 서귀포·중문, 그리고 중산간 마을입니다.
일정이 3박 이상이면 숙소를 두 군데로 나누는 것도 방법입니다. 짐을 한 번 더 싸야 하지만, 매일 왕복 두 시간을 차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아기에게 덜 고단합니다.
공항 근처와 서쪽 — 외도, 애월, 한림
도착 첫날이나 떠나기 전날이라면 공항에서 가까운 곳이 편합니다. 제주 하늘키즈펜션은 제주시 외도일동에 있어서 공항 접근이 가장 좋은 편입니다. 젖병소독기, 분유포트, 아기욕조가 다 있고 하이체어와 범보의자, 놀이방, 토이클리너까지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지친 아기를 빨리 눕히고 싶은 날에 맞습니다.
애월은 확인한 숙소가 가장 많은 권역입니다. 제주살家와 스테이 다담가는 둘 다 애월 독채펜션이고 가격대도 거의 같습니다. 2~3인 15만~16만원, 4~6인 28만~32만원이고, 두 곳 모두 젖병소독기·분유포트·아기욕조와 아기의자가 있습니다. 차이는 다담가가 실내와 뒷마당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아기 재워두고 어른끼리 마당에 앉아 있고 싶다면 다담가, 아니면 일정에 맞는 쪽을 고르시면 됩니다.
애월 신엄리의 하이맘 키즈펜션 실버는 10만원대부터 있어서 애월권에서는 부담이 덜합니다. 젖병소독기와 분유포트, 젖병세정제, 범보의자가 있고 침대가 저상형입니다. 다만 아기욕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애월 유수암리의 애월로와 키즈풀빌라는 4인 기준 42만원 선으로 이 권역에서 가장 비싸지만, 자쿠지가 딸린 풀빌라에 놀이방과 바운서가 있습니다.
한림 옹포리의 쉼127 키즈펜션 협재점은 협재 해변 쪽 일정에 맞습니다. 17만~18만원대이고 젖병소독기와 분유포트, 젖병세제와 솔, 상비약까지 챙겨져 있습니다. 현관에 펜스가 있는 게 눈에 띄는데, 이건 뒤에서 다시 적겠습니다.
동쪽 — 조천, 성산
조천읍의 집우집주는 공항에서 동쪽으로 30분 정도라 동쪽 권역 중에서는 접근이 좋습니다. 함덕 해변이 가까워서 아기랑 잠깐 바다를 보고 오기 좋고, 조식이 나옵니다. 젖병소독기·분유포트·아기욕조에 아기 전용 세제까지 있어서 아기 옷이나 손수건을 따로 빨아야 하는 집에 맞습니다.
성산은 일출봉과 섭지코지를 보려는 일정이라면 묵을 만하지만, 공항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확인한 성산 숙소는 세 곳입니다. 하이맘 키즈펜션 블랙은 아기용품 세 가지가 다 있고 유아 식판·숟가락·포크와 하이체어까지 있어서 이유식을 먹는 월령에 짐이 줄어듭니다. 성산 백록 키즈펜션은 10만~15만원대로 가격 부담이 덜하고 조식이 나오며 저상형 침대입니다. 대신 분유포트가 없고 커피포트만 확인됐습니다.
제주온인도 성산읍에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사이트에 가장 먼저 등록한 숙소라 확인된 정보가 적습니다. 분유포트와 아기욕조가 있다는 것까지만 확인했고 젖병소독기는 없습니다. 고려하신다면 숙소에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나 주의하실 게 있습니다. 하이맘 키즈펜션은 실버와 블랙이 같은 이름을 쓰는데, 실버는 애월이고 블랙은 성산입니다. 섬 반대편이에요. 예약할 때 어느 쪽인지 꼭 확인하세요.
남쪽과 중산간 — 중문, 서귀포, 가시리
중문에는 대형 호텔 세 곳이 나란히 있습니다. 제주신라호텔, 롯데호텔 제주, 그랜드 조선 제주입니다. 세 곳 모두 아기용품이 객실에 놓여 있는 방식이 아니라 요청해서 빌리는 방식입니다. 신라는 유모차·아기침대·아기욕조·아기의자·젖병소독기를 예약할 때 요청하면 빌려주는데 수량이 한정돼 있습니다. 롯데는 아기침대와 베이비가드가 각 1만원, 아기욕조가 5천원의 대여료를 받습니다. 그랜드 조선은 요청 가능하다는 것까지만 확인됐고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된 정보가 적었습니다.
호텔은 수영장이나 부대시설이 좋고 식사를 해결하기 편한 대신, 아기용품은 먼저 요청한 사람이 가져갑니다. 성수기에 중문 호텔을 잡았다면 예약하는 날 필요한 품목을 한꺼번에 요청해두세요.
서귀포 강정동의 파미유키즈리조트는 15만원 전후에 키즈테마룸과 야외 온수풀, 월풀스파가 있어서 걷기 시작한 아이가 놀 거리가 많습니다. 다만 젖병소독기가 객실이 아니라 1층 공용 시설에 있고, 아기욕조 대신 객실 스파욕조를 쓰는 구조입니다. 중문에서 모슬포로 이어지는 서남쪽의 제주키즈가족바닷가하우스는 아기용품 세 가지가 다 있고 아기의자가 두 개, 보행기튜브도 있습니다. 정확한 주소가 공개돼 있지 않으니 예약 후 따로 확인하고 출발하세요.
표선면 가시리의 에드타임:가시는 중산간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독채입니다. 자쿠지와 젖병소독기, 아기욕조, 아기 전용 세제가 있습니다. 조용히 쉬기엔 좋은데 주변에 가게가 많지 않습니다. 기저귀와 분유는 오는 길에 미리 사두세요.
아기 월령으로 다시 고르면
신생아부터 6개월 전후까지는 객실 안에 젖병소독기와 아기욕조가 있는 곳이 가장 편합니다. 17곳 중 젖병소독기·분유포트·아기욕조 세 가지가 객실에 다 있다고 확인된 곳은 여섯 곳이었습니다. 집우집주, 하늘키즈펜션, 하이맘 블랙, 제주살家, 스테이 다담가, 바닷가하우스입니다. 이 시기라면 파미유처럼 소독기가 공용 공간에 있는 곳은 피하시는 게 낫습니다. 새벽에 아기를 두고 1층에 내려갈 수는 없으니까요. 애월로와는 분유포트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바운서가 있어서, 신생아를 잠깐 내려놓을 곳이 필요할 때 요긴합니다.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확인할 게 달라집니다. 침대 높이와 현관입니다. 하이맘 실버, 성산 백록, 제주살家, 바닷가하우스는 저상형 침대라 아기가 굴러도 덜 위험합니다. 쉼127 협재점은 현관에 펜스가 있어서 아기가 신발장 쪽으로 기어나가는 걸 막아줍니다. 장난감을 입에 넣는 시기라면 토이클리너가 있는 하늘키즈펜션도 마음이 편합니다.
돌이 지나 걷기 시작하면 놀 거리가 중요해집니다. 놀이방이 있는 하늘키즈펜션과 애월로와, 온수풀이 있는 파미유가 이 시기에 맞습니다. 이유식이나 유아식을 먹는다면 식판과 식기가 갖춰진 하이맘 블랙에서 짐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가격대와 조식
가격을 공개한 곳만 놓고 보면 제주 키즈펜션은 1박 10만원대 중후반이 가장 흔했습니다. 10만원대 초중반에서 시작하는 곳은 성산 백록(10만~15만원대), 하이맘 실버(10만~23만원), 파미유(15만원 전후)였고, 애월 독채 두 곳은 2~3인 기준 15만~16만원이었습니다. 풀빌라인 애월로와는 4인 기준 42만원 선입니다. 중문 호텔 세 곳과 일부 펜션은 가격 변동이 커서 적어두지 않았습니다.
조식이 나오는 곳은 집우집주와 성산 백록 두 곳이었습니다. 아기 아침을 먹이고 나면 어른 밥을 챙길 여유가 없는데, 조식이 있으면 아침 한 끼가 해결됩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이걸 기준으로 고르셔도 괜찮습니다.
여기 적은 가격은 저희가 확인한 시점의 대략적인 범위입니다. 시즌과 요일, 객실에 따라 달라지니 예약 사이트에서 날짜를 넣고 확인하세요.
확인하지 못한 것들
17곳 전부를 같은 수준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분유포트가 있는지 전기포트뿐인지 모르는 곳이 있었고, 아기욕조가 따로 있는지 욕실 욕조를 쓰는 건지 불분명한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항목은 각 숙소 페이지에 "미확인"으로 적어두었습니다.
암막 커튼은 17곳 모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숙소 소개나 사진으로는 빛을 얼마나 막는지 알 수 없어서입니다. 제주는 여름 해가 일찍 뜨니, 아기가 빛에 예민하다면 휴대용 암막 커튼을 챙기세요.
숙소 공식 페이지와 예약 사이트 안내, 최근 후기를 함께 보고 정리했지만, 숙소 사정은 바뀝니다. 결정 전에 필요한 용품은 숙소에 직접 확인하시고, 달라진 걸 발견하시면 알려주세요. 고쳐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