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기 전에 숙소에 전화부터
아기 여행 짐이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숙소에 뭐가 있는지 모른 채로 다 싸가기 때문입니다. 아기욕조, 젖병소독기, 분유포트, 하이체어. 이 네 개만 숙소에 있어도 캐리어 하나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어요. 숙소 소개에 '아기용품 대여'라고 적혀 있어도 객실에 상시 비치된 게 아니라 요청해야 내주는 곳이 많습니다. 수량도 한정이라 늦게 요청하면 이미 나가고 없어요. 예약 확정하면 바로 필요한 품목을 정리해서 한 번에 요청해두세요.
저희 숙소 페이지에도 어떤 곳이 상시 비치고 어떤 곳이 요청 대여인지 구분해서 적어두고 있습니다.
무조건 챙겨야 하는 것
먹는 것과 관련된 건 숙소를 믿지 말고 다 가져가세요. 분유는 평소 먹는 양에 하루치를 더해서, 젖병은 씻을 시간을 생각해 평소보다 한두 개 더. 여행지에서 같은 분유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고, 갑자기 바꾸면 아기가 거부합니다.
기저귀는 하루 쓰는 개수에 일수를 곱하고 거기에 서너 개를 더하면 됩니다. 이동 중 지연되거나 배탈이 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현지에서 살 수 있긴 한데, 쓰던 브랜드가 없으면 아기 피부가 반응할 수 있어서 최소한 하루치는 여유를 두시는 게 좋습니다.
상비약, 체온계, 해열제. 아이는 꼭 낯선 데서 열이 납니다. 평소 쓰던 해열제를 용량 맞춰 챙기고, 여행지 근처 소아과나 응급실 위치를 미리 봐두면 밤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잠자리를 옮기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여행에서 제일 힘든 게 아기 잠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잘 자던 아기도 밤에 깹니다.
그래서 평소 수면 환경에서 쓰던 물건 중 하나는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늘 덮던 얇은 담요나 애착 인형 같은 것요. 냄새와 감촉이 익숙하면 낯선 방에서도 덜 뒤척입니다.
암막이 안 되는 방이 은근히 많습니다. 휴대용 암막 커튼이나 흡착식 가리개를 챙기면 낮잠이 편해져요. 백색소음기를 쓰던 집이면 그것도 가져가시되, 침대에서 2m 이상 떨어뜨리고 볼륨을 낮게 쓰는 원칙은 여행지에서도 똑같습니다.
이동 수단별로 다른 것
차로 간다면 카시트는 당연히 필요하고, 뒷좌석에 거울을 달아두면 운전 중에 아기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 중간에 쉬는 텀도 생각해두세요. 두 시간에 한 번은 내려서 안아주는 게 좋습니다.
비행기면 이착륙 때 젖병이나 쪽쪽이를 물리면 귀가 덜 아픕니다. 기저귀와 갈아입힐 옷은 기내 가방에 넣으세요. 부친 짐에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분유와 이유식은 액체 제한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항공사마다 기준이 다르니 미리 확인하시고요.
유모차는 게이트까지 끌고 가서 거기서 부치는 방식이 대부분 가능합니다. 공항 안에서 아기를 계속 안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안 가져가도 되는 것들
장난감을 잔뜩 싸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한두 개면 됩니다. 새로운 환경 자체가 자극이라 평소 놀던 것만큼 필요하지 않아요.
아기 욕조도 숙소에 없으면 큰 대야나 욕실 세면대로 대체 가능합니다. 며칠짜리 여행이라면 굳이 부피 큰 걸 들고 가지 않아도 됩니다.
옷은 넉넉히 챙기되 계절에 안 맞는 여벌까지 다 넣지는 마세요. 대신 얇은 것 여러 장으로 겹쳐 입힐 수 있게 가져가면 온도 변화에 대응이 됩니다.
일정은 낮잠에 맞춰서
아기와의 여행에서 일정을 짜는 기준은 관광지가 아니라 낮잠입니다. 낮잠을 제대로 못 자면 오후 내내 보채고, 그날 밤잠까지 흐트러집니다. 그러면 다음 날도 고단해지고요.
하루에 가는 곳은 한두 군데면 충분합니다. 오전에 한 곳, 낮잠, 오후에 가볍게 한 곳. 어른끼리 여행할 때의 절반도 안 되지만, 그 정도가 아기도 부모도 버틸 수 있는 속도예요.
이동 시간을 낮잠 시간에 맞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차에서 잘 자는 아기라면 이동하는 동안 낮잠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카시트에서 오래 재우는 건 좋지 않으니, 장거리라면 중간에 한 번은 내려서 쉬어가세요.
비행기라면 좌석부터
만 2세 미만 아기는 보통 좌석 없이 보호자 무릎에 앉혀 가는 조건으로 할인된 유아 요금이 적용됩니다. 대신 긴 비행이라면 좌석을 따로 사서 항공기용으로 인증된 카시트를 다는 쪽이 아기도 부모도 편합니다. 요금과 조건은 항공사와 노선마다 다르니 예약할 때 확인하세요.
장거리 국제선이라면 배시넷을 요청해볼 만합니다. 앞쪽 벽에 다는 아기 침대인데, 설치할 수 있는 좌석이 정해져 있고 체중과 키 제한이 있습니다. 수량이 적어서 예약하자마자 신청하는 게 좋습니다.
좌석은 통로 쪽이 편합니다. 기저귀를 갈거나 아기를 안고 일어설 일이 계속 생기니까요. 화장실과 가까운 자리면 더 좋고요.
여행지에서 아기가 아플 때
여행 가서 아기가 열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출발 전에 두 가지를 알아두세요. 숙소 근처 소아과와, 밤이나 휴일에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평일 낮이라면 가까운 소아과를 찾으면 되는데, 문제는 밤과 주말입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좋은 게 달빛어린이병원입니다. 평일 밤과 휴일에 아이 진료를 보는 곳으로 지정된 병원이에요. 응급의료포털에서 지역별로 찾아볼 수 있고, 휴일에 문을 연 약국도 함께 검색됩니다.
열이 나도 아이가 잘 먹고 잘 놀면 해열제를 먹이고 지켜봐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후 3개월 미만 아기가 열이 나거나,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축 처져서 반응이 없거나, 경련을 하면 바로 응급실로 가세요.
숙소 방식에 따라 짐이 달라집니다
저희가 숙소 35곳을 확인하면서 느낀 건, 숙소 방식에 따라 챙길 짐이 꽤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키즈펜션이나 독채 스테이는 아기용품이 객실에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곳은 숙소에 확인만 제대로 하면 욕조나 소독기를 빼고 갈 수 있어요. 반면 대형 호텔과 리조트는 요청해서 빌리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예약할 때 미리 신청하지 않았다면 챙겨가는 쪽이 안전합니다.
분유포트는 숙소 방식과 상관없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기포트만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분유를 탄다면 휴대용 분유포트나 보온병을 챙기세요. 저희 숙소 페이지에는 용품마다 객실에 있는지, 요청해야 하는지 구분해 적어두었습니다.